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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배춧값 하락이유
제목 계속되는 배춧값 하락이유
작성자 관리자 (admin) 등록일 2014.11.28 조회수 6976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배춧값 상승을 기대했던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배추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평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되면서 배추 농가들의 채산성 악화는 물론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유통인들마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과잉되는 배추물량에 대한 선제적인 산지격리와 확대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 농민과 유통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추도매가격 1년 넘게 평년 밑돌아 배추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평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3년 10월에는 10kg기준 배추 상품평균 가격이 4161원으로 동월 평년가격인 5505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평년 동월보다 80%가까이 떨어진 2301원을 기록하면서 바닥을 쳤으며 9월에는 6313원, 10월에는 3634원으로 각각의 평년 가격인 8599원, 5505원보다 크게 밑돌았다. 11월에도 배추도매가격은 3500원대에서 머물고 있고 11월11일에는 3014원을 기록하며 2000원 중반대까지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지격리 및 폐기 정책, 실효성 미약 정부에서는 계속되는 배춧값 하락에 산지격리와 폐기 등의 정책을 내놓고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으로는 가격을 회복을 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격리·폐기 비용 중 정부 지원금이 너무 낮아 자발적인 농가와 유통인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1월 30일까지 가을배추 4만5000톤에 대해 자율감축과 정부격리를 실시할 예정인데 정부의 지원 수준은 배추밭 10a(302.5평)당 계약재배 최저가격인 71만원이다. 자율감축의 경우 정부가 절반, 유통인이 절반을 부담하게 되고 정부격리의 경우 정부에서 80%를 보전해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배추 산지유통인이 약 300평의 배추밭을 자율감축 하게 되면 35만5000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이는 평당 1183원꼴. 평당 배추생산원가가 6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서는 정부의 격리·폐기 정책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고 참여를 하더라도 상품성이 좋지 않은 배추들만 격리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이번 정부대책의 일환으로 11만5000톤의 배추 감축물량을 배정받고 산지격리를 추진 중에 있지만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협 특성상 좋은 품질의 배추를 격리하기 보다는 시장에 나오지 힘든 하품 위주로 격리가 진행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배추 계약재배, 가격하락 조장 우려 정부가 배추 생산안정화를 꾀한다며 추진하고 있는 계약재배도 오히려 배춧값 하락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계약재배를 하게 되면 품목 전환이 힘들어져 지금처럼 배추가격이 폭락할 때 계약재배물량은 일정하게 시장에 쏟아지므로 가격탄력성이 더욱 경직된다는 것이다. 농협에서는 올해 봄배추 174ha, 고랭지배추 750ha, 가을배추 790ha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가을배추의 경우 지난해 재배면적인 740ha보다 늘었으며 농협은 계약재배 물량을 갈수록 높여 전체 배추생산량의 절반을 계약재배로 점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도 농협을 지원해 계약재배로 농민들의 채산성 악화를 보전해준다는 계획이지만 오히려 계약재배가 배추가격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관계자는 “농협에서는 배추 안정생산을 목적으로 계약재배로만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시장을 교란할 뿐”이라며 “가격 폭등을 막는 견제장치만 되지 가격이 하락할 때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농가에서는 피해만 볼 뿐이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산지유통인들도 “농산물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없어 폭락과 폭등을 반복했는데 계약재배를 늘린다면 가격폭락만 있을 뿐”이라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협의 계약재배 확대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산 김치수입 관세는 줄어 중국산 김치수입 문제도 국내 배추산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배추가격은 하락하는 데 중국산 김치수입에 대한 빗장은 오히려 풀리는 상황. 11월 10일 타결된 한·중 FTA 협상에서 고추·마늘·양파·생강 등 양념채소와 배추와 무 등 주요 밭작물의 경우 양허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이들 원료가 쓰이는 김치의 경우 정부는 현행 20%의 관세를 10%(2%p) 이내에서 부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중국에서 18%의 관세만 물면 국내에 자유롭게 중국산 김치가 유통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는 월평균 1만8000톤 가량. 올해 9월 1만9146톤, 10월에는 1만9589톤이 국내에 반입됐다. 2013년 한해동안 수입한 김치 물량은 총 21만3198톤. 이중 중국산이 95%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 상품김치의 시장규모는 50만9000톤(추정치)으로 이중 절반 가량은 중국산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배추 유통업을 하고 있는 노성상 씨는 “중국산 김치의 가격은 kg 900~1500원 수준으로 국내산 김치가격보다 절반 가까이 싸다”며 “중국과의 FTA로 관세가 더 낮아진다면 국내 배추산업의 몰락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